요즘 병원에서 '감염관리'란 단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그 교육이 다 똑같이 이뤄지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현장에서의 감염은 단순히 한 사람의 실수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모든 직종이 서로 엮여 있는 ‘연쇄반응’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그 교육도 직종마다 달라야 하는 것, 너무 당연하지 않을까요?
왜 감염관리 교육은 직종마다 달라야 할까?
병원이라는 공간 안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환자를 진단하는 의사, 간호를 책임지는 간호사, 일상 생활을 함께 하는 간병인, 그리고 병원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해주는 청소직원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감염에 노출되는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가 다른 이에게는 전혀 무의미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의사는 중심정맥관을 삽입하며 혈액에 직접 접촉하는 경우가 많고, 간호사는 하루에도 수십 번 각종 기구를 세척하거나 교체하죠. 간병인은 배설물 처리나 환자 목욕처럼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많고, 청소직원은 오염된 물건이나 폐기물과의 접촉이 빈번합니다. 감염의 종류도, 경로도, 그 결과도 직종마다 다릅니다.
그러니 하나의 교육으로 모든 직종을 커버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시작부터 잘못된 거죠.
의사에게 필요한 감염관리 교육은 무엇일까?
의사에게 필요한 건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정보입니다. 매일 바쁜 외래와 회진, 처치에 쫓기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긴 교육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죠. 대신, 최신 가이드라인 요약본이나 고위험 처치 중 감염 예방 프로토콜에 대한 시뮬레이션 자료는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중심정맥관 삽입 시 손위생 타이밍, 무균술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절차, 항생제 사용 기준 등이 그것이죠. 또한 의사들은 근거 기반의 정보를 신뢰하기 때문에, 국내외 감염률 통계나 최신 연구결과를 반영한 교육 자료가 설득력을 갖습니다.
간호사에게는 ‘현장 밀착형’ 교육이 필요하다
간호사는 그야말로 감염관리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아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눈앞의 상황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손에 익는 교육이 되어야 하죠.
예를 들어, PPE를 제대로 착용하고 벗는 법. 듣기만 해서 될까요? 반복해서 훈련하지 않으면 감염을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감염원을 퍼뜨릴 수 있습니다. 주사기 세척, 수액 라인 관리, 도뇨관 삽입 시 손위생 타이밍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은 무조건 '실제와 똑같은' 시나리오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간호사 교육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근무환경을 고려한 접근'입니다. 야간 근무, 응급상황, 교대시간을 고려해 유연하게 반복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하죠.
간병인은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의사나 간호사와 달리, 간병인은 대부분 비의료인입니다. 그래서 감염관리 교육을 제공할 때는 완전히 다른 시선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쉬운 언어로, 눈으로 보고 따라할 수 있게 구성해야 해요.
그림이 가득한 안내서, 영상으로 배우는 손씻기 방법, 퀴즈 형식의 교육 자료가 효과적입니다. "기침하는 환자 옆에 있을 때 내가 뭘 해야 하지?", "오염된 배설물을 만졌다면 어떻게 손을 씻어야 하지?" 같은 실질적인 질문에 답해주는 방식이 좋습니다.
또한, 간병인의 상당수는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베트남어, 중국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콘텐츠와, 말이 통하지 않아도 따라할 수 있는 시각 중심 콘텐츠가 절실하죠.
청소직원은 병원의 ‘숨은 감염관리 영웅’
청소직원은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지만, 그들이 담당하는 공간이야말로 감염이 번질 수 있는 가장 넓은 영역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감염관리 교육이 가장 소홀한 경우가 많아요.
표면 소독은 ‘어떻게’가 아니라 ‘어디를’, ‘언제’,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메탈 재질, 플라스틱, 유리마다 사용하는 소독제가 다르고, 오염구역인지 아닌지에 따라 청소 순서도 달라지죠.
또한, 청소 도중 마스크가 흘러내리거나, 장갑이 찢어졌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교육해야 합니다. 손씻기와 폐기물 분리 수칙은 물론이고, 정기적인 실습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들의 교육도 다국어 지원이 필요합니다.
모두에게 필요한 공통 교육 요소는 무엇일까?
직종별 특화된 내용이 필요하다고 해도, 감염관리 교육의 기본 골자는 같습니다. 몇 가지 공통된 핵심 원칙이 있어요.
첫째,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감염관리에서 전문용어는 때때로 장벽이 됩니다. 말보다 그림, 글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낫죠.
둘째, 반복 학습이 중요합니다. 한 번 듣고 끝내는 교육으로는 행동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요. 퀴즈, 리마인더, 스티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반복 노출이 필요합니다.
셋째, 실무 중심으로 구성돼야 합니다. 실제로 손에 닿는 도구, 발이 닿는 공간, 마주하는 환자를 기준으로 구성한 시나리오형 교육이 가장 실용적입니다.
교육 후 달라진 병원 사례들
서울 A병원은 직종별 감염관리 교육을 시행한 후, 병동 내 MRSA 감염률이 6개월 만에 30% 이상 감소했습니다. 특히, 청소직원에게 ‘격리병실 청소법’을 따로 교육한 이후, 병실 간 감염 전파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B요양병원에서는 간병인 교육 자료를 영상과 퀴즈 중심으로 바꾼 후, 배설물 처리 후 손씻기 실천률이 40%에서 85%로 증가했고, 관련 피부 감염 발생도 감소했습니다. 교육이 실천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결론: 감염관리는 팀워크에서 시작된다
감염관리는 개인의 책임이 아닙니다. 병원이라는 커다란 톱니바퀴 속에서 각자의 역할이 맞물려 돌아가야 가능한 일이죠. 모두가 함께 감염을 막기 위해선,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제대로 교육받아야 합니다.
‘모두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모두에게 맞춘 교육’. 그것이 병원 감염을 줄이고, 의료 환경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