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감염병 대응은 병원 감염관리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체계적인 영역입니다. 이 글은 감염관리 간호사로서 실제로 경험한 대응 프로세스와 병원 실무 적용법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고위험 감염병이란 무엇인가
‘고위험 감염병’이란 높은 전염력과 치명률을 지닌 신종 또는 재출현 감염병으로, 보건의료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질환을 말합니다.
- 에볼라 바이러스병(EVD)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 신종 인플루엔자 A형(H1N1)
- 코로나19(COVID-19)
- 라싸열, 마버그열, 크리미안-콩고출혈열
이러한 감염병은 병원 내 확산 시 다수의 환자와 의료진의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국가 보건안보에도 직격탄이 됩니다.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별 대응 체계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확산 정도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 경보 체계를 운영합니다.
1. 관심 단계
감염병 해외 발생 또는 국내 유입 위험이 관찰될 때. 감염관리실은 정보 모니터링 및 매뉴얼 점검을 시행합니다.
2. 주의 단계
국내 유입 사례가 확인되거나 가능성이 증가할 때. 선별진료소 점검, 격리병상 준비, PPE 재고 확인이 이루어집니다.
3. 경계 단계
국내 감염병 전파 사례 발생 시. 병원 내 선제적 선별검사 시작 및 환자 분류체계가 가동됩니다.
4. 심각 단계
지역사회 확산 또는 의료체계 위협 발생 시. 비상대응반 운영, 전 직원 교육, 보호구 사용이 전면 확대됩니다.
감염관리실의 주요 역할
- 위기대응 매뉴얼 정비 및 가동
- 병동별 확산 방지 교육 주관
- 선별진료소 운영 가이드라인 배포
- PPE 착탈의 교육과 실습 진행
- 환자 격리 상태 실시간 모니터링
- 상황보고서 작성 및 보건당국과 협조
격리체계 운영과 음압병실 관리
고위험 감염병 대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격리’입니다. 감염병 특성에 따라 격리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 공기감염 격리: 결핵, 홍역, 수두 → 음압병실 필요
- 접촉감염 격리: 코로나19, MERS → 단독병실 및 PPE 착용
- 비말감염 격리: 인플루엔자 → 1m 거리 유지, 마스크 착용
음압병실 운영 핵심 포인트:
- 압력계 작동 여부 확인
- 출입 통제 및 기록 유지
- HEPA 필터 점검 및 교체
- 훈련된 인원만 출입 허용
PPE 착탈의 교육과 실습 포인트
PPE는 감염병 대응의 기본입니다. 착용 순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탈의 순서’입니다.
PPE 구성요소: 방수성 가운, N95 마스크, 고글, 장갑 2중, 덧신
실습 시 유의사항:
- 착의: 손위생 → 가운 → 마스크 → 고글 → 장갑
- 탈의: 장갑 → 고글 → 가운 → 마스크 → 손위생
- 버디 시스템 필수
- 형광 파우더로 오염 확인 교육 병행
고위험 감염병 환자 이송 프로토콜
이송은 감염확산의 위험이 가장 큰 순간입니다.
이송 전
- 전용 통로 확보
- 이송자 PPE 착용 확인
이송 중
- 음압카트 또는 밀폐형 이송 수단 사용
- 승강기 통제
이송 후
- 동선 소독 및 기록
- 이송자 건강 모니터링
지속 가능한 대응 역량을 위한 전략
- 정기 모의훈련 운영
- SOP 정비 및 전 직원 공유
- 감염관리 리더 지정제 운영
- PPE 재고 실시간 관리
감염병 대응 훈련, 현장에선 어떻게 이루어질까?
대부분의 병원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 대비해 정기적인 모의훈련을 시행합니다. 하지만 훈련이 단순한 행사로 끝난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실제 위기에서 바로 행동할 수 있는 체화된 대응력입니다.
실제 훈련 예시: 메르스 유입 대비 훈련
- 시나리오 구성: 중동지역 입국 후 2일간 발열, 호흡기 증상 환자 응급실 내원 → 격리 및 검체 채취
- 훈련 참가자: 응급실 간호사, 감염내과 의사, 방사선사, 감염관리실, 행정팀
- 주요 포인트: 격리 소요시간, PPE 착탈의 정확성, 정보 전달 체계 등
훈련 후 피드백 회의에서는 병동별 취약점을 확인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합니다.
감염관리 간호사의 훈련 리더십, 왜 중요한가?
감염병 대응 훈련은 간호 부서의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특히 감염관리 간호사는 훈련을 설계하고 주도하며, 교육을 통해 행동 변화까지 유도하는 핵심 조정자 역할을 합니다.
감염관리 간호사의 주요 업무 예시
- 훈련 전 병동 간 역할 분장 및 매뉴얼 전달
- 현장에 맞는 대응 기준 마련
- PPE 키트 사전 준비 및 재고 점검
- 버디 시스템으로 신규직원 멘토링
- 훈련 중 실시간 점검 및 브리핑
- 훈련 후 결과 분석 보고서 작성
조직 내 신뢰와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 고난이도 작업입니다.
병동 간 협업 체계, 실전에서 어떻게 작동할까?
고위험 감염병은 감염관리실 혼자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병동, 원무과, 시설팀, 급식팀 등 모든 부서의 즉각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예시: 코로나19 입원 환자 발생 시 협업
- 감염내과: 치료 방향 설정
- 감염관리실: 격리병상 운영 및 보고
- 병동 간호팀: 환자 모니터링 및 간호
- 원무과: 보호자 통제, 입원 행정 지원
- 급식팀: 전용 식판 제공 및 회수
- 시설팀: 음압기 점검 및 필터 교체
- 보안팀: 출입 통제 및 안내
감염관리 간호사는 중앙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합니다.
감염병 대응 시 자주 발생하는 실무 오류와 개선 팁
대표적 오류
- PPE 착탈의 순서 오류
- 감염병 보고 지연
- 음압병실 출입 기록 누락
- 이송 동선 내 직원 접촉
- N95 마스크 재사용 기준 혼선
개선 전략
- 병동 벽면에 착탈의 순서 포스터 부착
- 보고 시스템 모바일 앱화
- 출입 체크리스트 병실 앞 상시 비치
- 이송 전 '사전 브리핑' 실시
- 일일 감염관리 리포트 공유
감염병 대응의 본질은 '사람'입니다
고위험 감염병 대응은 결국 사람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위기를 이겨내는 건 장비나 문서가 아니라, 평소 반복된 훈련과 신뢰로 무장한 팀워크입니다.
감염관리 간호사는 오늘도 조용히 그 중심에서, 병원과 환자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진정한 대응은 일상의 준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